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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20 11: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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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농사 짓기 너무 힘들다” 金사과 사태 확대될까
내용

 

입력2024.05.19. 오후 1:2

 

마늘·매실 피해…주요 과수도 불안
고온다습 날씨 탓…병해충 우려도
금사과, 다른 작물로 번질까 걱정

 

경남 남해군의 한 마늘밭. 벌마늘 현상이 발생해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 김현우 기자

따뜻했던 겨울에 이어 예측 안 되는 봄 날씨까지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노지 과수 농가가 과수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금사과 사태가 다른 작물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과 함께 수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초 ‘2024년 10대 농정 이슈’에서 최근 기후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자연재해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농업생산 차질, 수급 불안 등에 의한 농업경영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딸기, 애호박, 토마토 등 시설하우스는 겨울철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올 봄, 때 아닌 폭설과 유난히 잦은 비, 이상고온 등이 겹치며 마늘과 매실 등 봄철 농작물의 생산량 하락이 예상된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수급 감소로 식품비와 외식비까지 상승하는 ‘푸드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경남도와 전남도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마늘과 매실 품목 피해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13일까지 조사를 마치려 했지만 피해 범위나 규모가 예상치를 웃돌아 기간을 20일까지로 연장했다.

마늘의 경우, 현재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벌마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원래 마늘 한 대는 6~7쪽의 마늘이 자라는데, 벌마늘의 경우 줄기가 2차 성장을 하면서 마늘쪽 개수가 2배 이상 많아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남해군 벌마늘 피해면적은 전체 재배면적 440ha 중 145ha로, 약 33% 수준이다. 발생 초기 표본조사에서는 17% 정도로 집계됐는데, 확인 결과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전남에서도 고흥, 해남, 신안을 중심으로 전체 약 4000ha 가운데 782ha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신고됐다.

남해군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최윤신 씨는 “피해가 많은 밭은 70~80% 피해를 입은 곳도 있다. 벌마늘이 상품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확을 하고 있다. 정부나 농협에서 대규모로 수매를 해서 농민 피해를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실은 2월 하순 이후 개화기 저온으로 인해 수정불량 피해가 발생했다. 김현우 기자

다른 작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실은 2월 하순 이후 개화기 저온으로 인한 수정불량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남은 주산지 하동에서만 140ha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남 역시 약 720ha의 피해가 보고된 상태다. 또 양파는 잎마름과 성장 지연 등의 피해가 생겼다.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수박은 착화율 저조, 곰팡이병, 생육부진 피해를 봤고 멜론은 잿빛곰팡이병, 잎 고사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상황이 이런 건 기후 영향이 크다. 지난 2017년 이후 겨울~봄 사이 평균 기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일조시간은 줄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7년 12월~2018년 4월까지 평균 기온은 5.12℃에 일조시간은 208분 정도였다. 그런데 이듬해 6.19℃에 199분으로, 기온은 올라간 반면, 일조시간은 줄어들었다. 이어 2020~21년에는 6.45℃에 205분, 2022~23년에는 6.25℃에 199분을 나타냈으며, 올해는 7.21℃에 168분을 기록했다.
 

 

최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사과와 배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이 발병했다. 김현우 기자

사과와 배, 복숭아 등 주요 과수 생육도 안심하기 어렵다.

늦은 개화로 저온피해는 없었지만 최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사과와 배에 치명적인 ‘과수화상병’이 발병했다. 과수화상병은 과일나무의 가지와 잎, 꽃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말라죽는 전염병인데,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 일단 발병하면 주변 나무까지 전부 매몰 처분하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 ‘과수구제역’이라고도 불린다. 올해 평균 기온이 예년에 비해 높고 강수량이 많은 고온다습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병원균이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진주의 한 배 재배농민은 “위기의 연속이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 2020년에 전국적으로 화상병이 확산됐었는데, 당시에도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퍼졌다. 정말 한숨이 나온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올해 서민 가계를 울게 한 ‘금사과’ 현상이 다른 작물들로 더 확대되고 심지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천에 사는 김성우 씨는 “요즘 마트에 가면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날씨가 좋지 않아 농사가 잘 안 된다고 하던데 그 중에는 식탁에 꼭 올라오는 작물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가계비가 더 오를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우 기자(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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