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 "혐의 인정…피해자분들께 사죄드려"
거짓말로 받아낸 돈 스포츠 도박 등에 탕진해
1심 사기 혐의 징역 3년 선고…5억7천만원 편취
[서울=뉴시스]박광온 오정우 기자 = 재력가 행세를 하며 연인과 팬들을 속여 받은 돈을 스포츠 도박 등에 탕진한 전직 프로 축구선수에게 검찰이 1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피고인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원심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12일 오전 10시40분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강영훈) 심리로 열린 전직 축구선수 김모(38)씨의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2년 10월13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후 같은 달 20일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와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쌍방 항소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이날 "피고인은 본인의 잘못으로 피해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것에 죄송스럽게 느끼고 있고, 투병 중인 모친이 피해자 합의금은 다달이 변제했다"라며 "이런 점 감안해서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김씨도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 두 아이 아버지로서 다시 한번 살아갈 수 있게 선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씨 선고기일은 오는 26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연인, 현역 시절 팬 등 피해자 7명에게 병원비나 사업비 명목으로 5억7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 행세를 하거나, 현직 운동선수를 알고 있어 경기 결과 등을 맞추는 게임에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속여 범행을 저질렀다.
전직 프로축구선수였던 김씨는 지난 2017년 은퇴 후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스포츠 토토' 도박을 하며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각종 친목, 운동모임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선수 경력을 소개하며 프로축구 구단 스카우터로 일하고 있다거나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과 연인 관계 등을 맺은 김씨는 피해자들에게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다" "일산에서 운영하는 축구센터의 바지 사장인 후배가 사채를 빌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압류를 막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받아냈다.
또 "화장실만 가면 피가 나온다. 장 쪽에 문제가 생겼다. 수술비가 필요하다"라거나 "나는 전직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승패를 알 수 있는 배구 게임이 있는데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챙겨주겠다" 등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7명에게서 총 130여회에 걸쳐 약 5억7368만원을 편취했다. 편취금은 자신의 개인적인 채무변제 또는 스포츠 토토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04년 프로축구 구단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 후 부산교통공사 축구단 등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6월에도 사기 혐의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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