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5.13. 오전 10:19
‘제2의 손흥민’을 꿈꾸던 20대 청년이 음주운전 사고 후 장기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10년 넘게 축구선수 활동을 했던 진호승 씨(22·수원)는 지난 2022년 9월 24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심장과 폐장, 신장 등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진 씨는 그해 9월 20일 친구를 만난 후 전동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쓰러졌습니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가족들은 장기 기증을 통해 누군가가 아들의 눈과 심장으로 세상을 보고 가슴도 뛰는 일상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또 가족들은 누구라도 함께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년이 지난 뒤 진 씨의 기증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진 씨는 밝고 긍정적이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늘 먼저 다가갈 만큼 정이 많은 성격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2의 손흥민'이 되기를 꿈꾸며 10년 넘게 축구 선수로 활동한 그는 고등학생 때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서 활동했고, 졸업 후에는 독일에서 1년가량 유학하며 유럽축구를 배웠습니다. 진 씨의 어머니 김보민 씨는 "호승아, 꿈에 엄마한테 왔었잖아. 엄마가 울면서 '너 이 녀석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고 호통치면서 네 얼굴 어루만지면서 울었잖아. 그랬더니 네가 '잘 지내고 있다. 엄마 잘 지내'라면서 꼭 안아줬잖아. 엄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하늘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엄마 아들로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해"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아픈 이들을 살리는 생명 나눔 실천을 통해 7명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면서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