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스푸트니크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중국에 도착해 이틀에 걸친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비공식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지난달 7일 취임식으로 시작한 5기 집권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크렘린궁은 지난해 3월 시 주석이 3연임 시작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러시아를 택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국빈 방문은 답방 성격이라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은 15일 “양국 외교 협력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첫날인 16일 늦은 시각 열리는 비공식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 설명에 따르면 16일 수교 75주년 기념 공연이 끝난 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공원을 산책하고 차를 마시며 약 45분간 비공식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후 양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비공식 만찬이 열린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주로 논의할 전망이다. 양국은 중동, 중앙·동남아시아,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황을 정상회담 의제로 정했다.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중국 일대일로의 연결, 유엔 등 국제기구와 브릭스(BRICS) 내 양국 협력, 서방 진영의 제재 속에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준 에너지 협력 등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만찬에는 러시아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와 국가안보회의 서기로 새로 임명된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대행,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대행이 배석한다. 중국에서는 안보라인 수장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둥쥔 국방부장, 란포안 재정부장 등이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공동 성명 등 여러 건의 문서에 서명하고 수교 75주년 기념식과 양국 문화의 해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리창 국무원 총리와도 만나 양국의 무역, 경제, 인도주의 분야 협력을 논의한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와 가까운 하얼빈을 방문해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하고 하얼빈공대에서 교사·학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1920년 개교한 하얼빈공대는 중국 최상위급 공대이자 중국 7대 군사대학 중 하나이다. 미국 상무부는 2020년 미사일 개발에 미국 기술을 이용하려 했다는 이유로 하얼빈공대를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브리핑에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두 정상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제반 분야 협력과 국제·지역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정치·경제적 밀착을 강화했지만 직접 개입엔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외교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러시아는 최근 국방장관을 경제 전문가로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으며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휴전하도록 역할을 하라고 압박을 받아 왔다. 시 주석은 최근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올 여름 파리올림픽 기간 모든 분쟁의 휴전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신냉전’이라고 규정하며 서방의 압력에 선을 그었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직후 이뤄진다. 이에 따라 양국은 미국에 대응하는 공동전선을 부각하는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