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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3-07-07 09: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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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하루만에 3000만명 가입한 스레드 써보니...‘트위터 킬러’되겠네
내용

 

입력2023.07.07. 오전 7:01   수정2023.07.07. 오전 8:48

 

인스타 아이디 있으면 가입 순식간
트위터와 판박이, 최대 500자 쓸 수 있어
트위터, 메타에 소송 가능성

 

메타의 스레드 일러스트. /연합뉴스
5일 오후 4시 30분(미 서부 시각). 아이폰 화면에 ‘뾰롱’하고 앱스토어 알람이 떳습니다. “기다리던 앱을 이제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부랴부랴 알람을 클릭해 다운 받은 앱은 ‘스레드(Threads)’.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을 거느린 소셜미디어 제왕 메타가 트위터를 겨냥해 내놓은 신규 서비스였습니다.

“과연 트위터의 대항마가 될까?” “트위터와는 얼마나 비슷할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스레드를 실행시켰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가입’하겠다는 버튼을 클릭하자, 개인정보를 따로 입력할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로그인은 한 상태가 됐습니다. 닉네임과 자기소개, 팔로우하는 친구 리스트, 프로필 사진까지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오기’가 가능했기 때문이죠.
 

스레드에 가입하고 첫 글을 남기기까지 3분 정도가 소요됐다./오로라 특파원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 기자가 회원가입부터 ‘하이 스레드!’라는 첫 글을 쓸때까지 든 시간은 단 3분. 체감상 ‘오래전부터 쓰던 앱’처럼 느껴질 정도로 간편했습니다. IT업계에선 회원가입 절차를 서비스 성공여부를 가르는 첫번째 장벽으로 봅니다.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입력해야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치면서, 가볍게 가입을 생각했던 사람 중 중도이탈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때문입니다. 극한의 편리함을 추구한 것이 보이는 스레드의 가입 절차를 보면서, “메타가 정말 ‘타도 트위터’를 위해 이를 갈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스레드의 화면은 트위터와 매우 비슷합니다. ‘표절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용자가 남긴 짧은 글귀 밑에 좋아요·댓글·리포스트(트위터의 리트윗과 똑 같은 기능)·공유 4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순서만 다를뿐 트위터와 판박이죠. 다만 ‘트위터리안’들이 사랑한 몇 개의 핵심 기능은 빠졌습니다. 이용자에게 1:1 메시지를 보내는 ‘DM(다이렉트 메시지)’, 인기 트랜드를 조성하는 ‘해시태그(#)’기능, 지금 뜨고 있는 토픽을 보여주는 순위표 등이 없는 것입니다. 다만 영국 BBC뉴스는 “스레드가 출시된지 몇 시간 밖에 안지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기능들은 추후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소소한 차이점은 또 있습니다. 메타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스레드는 최대 500자(영문기준)를 쓸 수 있는데, 이는 트위터(무료 기준)의 280자의 2배 수준입니다. 영상은 최대 5분 분량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트위터(최대 2분)의 2배 이상입니다. 트위터는 최근 유료 구독 서비스를 내놓고 최대 4000자까지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는데요. 4000자까진 아니더라도, 조금 더 길게 떠들고 싶은 이용자들에겐 스레드가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시 전 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스레드를 실제로 사용해본 이용자들 사이에선 “트위터, 좀 위험해지겠는걸”이라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스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스레드 출시 하루만에 3000만개의 계정이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단숨에 1위 무료 앱으로 부상했죠. 미국 IT매체 와이어드는 “스레드는 트위터가 최근 게시물 표시 제한, 서버 먹통 등으로 위태로운 상황에 나왔다”며 “사용자와 광고주를 모두 만족시킬 유사 서비스로 트위터를 죽일 수 있을 수준의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스레드에 가입해서 남긴 첫 글. 본인이 점프를 하고 있는 '짤'과 함께 '스레드 앱에 뛰어들 준비가 되었다'고 썼다./스레드 캡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부터 K팝스타까지, 수많은 유명인들이 스레드에 둥지를 틀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CNBC와 같은 언론사 계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메타는 스레드 출시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동력을 얻겠다(Powered by Instagram)고 밝혔었죠. 전세계 20억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중 단 15%만 스레드에 가입해도, 트위터 이용자 규모인 3억 6000만명에 필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협을 느낀걸까요? 린다 야카리노 트위터 CEO는 스레드 출시 후인 6일 “우리는 종종 모방되긴 하지만, 결코 복제될 순 없다”고 썼습니다. 야카리노 CEO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대규모로 빠진 광고주들을 붙잡기 위해 영입된 광고계 거물이죠. 광고주들이 스레드로 무더기 이탈할 경우, 야카리노의 입장도 난처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트위터는 사내 변호사의 명의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에게 “메타가 트위터의 영업 비밀과 지적 재산을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의도를 갖고 스레드 개발을 지시했고, 이는 주법 및 연방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트위터는 지식재산권을 엄격하게 집행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보냈습니다.

단숨에 이용자를 끌어모은 스레드에 대해, 일각에선 ‘공정하지 못한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해 10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 한 뒤 급진적인 유료화 정책과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이른바 ‘트위터 망명자’들을 흡수하려는 유사 트위터들은 우후죽순으로 나왔었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전 CEO의 ‘블루스카이’도 그 중 하나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이들 서비스가 밑바닥부터 시작하며 단기간에 이용자를 끌어모으지 못한 것과 다르게, 메타는 이미 거느리고 있는 이용자를 활용하며 단숨에 시장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BBC 뉴스는 “마크 저커버그는 싸움이 공정하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이미 틱톡의 복제품인 숏폼 영상 서비스인 ‘릴스’를 성공 시켰고, 또 다른 서비스를 복제하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스레드의 성공적인 출시에도 6일 메타의 주가는 0.81% 소폭 하락한 291.9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스레드는 정말 ‘트위터 킬러’가 될 수 있을까요? 우선 시작은 좋아보입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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