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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2-02 11: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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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경쟁사가 처음으로 삼성 이겼다”... 삼성전자, ‘AI 반도체’ 주도권 되찾을까
내용

입력2024.02.02. 오전 3:03  수정2024.02.02. 오전 9:12

 

반도체 리더십 유지 총력전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리더십 유지를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에 시장을 선점당한 상황에서,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되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사장은 지난달 31일 직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해 다 같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과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D램 영업이익에서 경쟁사가 삼성을 처음으로 이겼다”면서 “지금은 우리의 자존심, 경쟁력을 되찾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시절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선 이후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를 압도해왔다. 지금도 시장점유율은 1위를 지키고 있다. 경 사장의 발언은 AI 반도체용 D램 반도체 신기술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차세대 시장에서 겪고 있는 삼성전자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김하경

HBM 시장 경쟁사에 빼앗겨


삼성전자의 고민은 핵심 수익원인 D램 시장점유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매출 기준 D램 시장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점유율 차이는 4.6%p까지 좁혀졌다. 작년 1분기 19.5%p에 달하던 격차가 15%p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일본 닛케이는 지난달 ‘삼성전자의 1위가 흔들린다’는 기사에서 “삼성에 D램은 오랫동안 최대 수익원이었고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고수익을 구가했지만, 이제 2위(SK하이닉스)에 바짝 쫓기고 있다”며 “고객이 요구하는 D램 사양이 바뀌는 가운데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이 역전되고, 시장점유율이 좁혀진 원인으로 HBM을 지목한다. HBM은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이다. 가격은 일반 D램보다 몇 배 비싸지만, 수익성은 월등히 높아 영업이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기준 수량은 전체 D램 시장에서 1% 내외에 불과하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10%, 영업이익은 20%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HBM 시장이 매출 기준 연평균 5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2015년 12월 다음 세대인 HBM2를 먼저 선보이며 잠시 앞섰지만 이후 속도전에서 밀렸다. 당시 고가의 HBM을 찾는 수요가 많지 않아 삼성전자가 개발과 양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미국 엔비디아의 고성능 제품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HBM은 아직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성능·고품질을 중시하는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앞서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D램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HBM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그래픽=김하경

삼성, “빠르게 추격해 시장 선도하겠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HBM 시장에서 더 이상 주도권을 내주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높다. 가장 최첨단인 HBM3 양산에서는 SK하이닉스에 1년가량 뒤처졌지만, 차세대 제품인 HBM3E 양산 격차는 6개월 이내로 좁히면서 역전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HBM 관련 시설 투자를 지난해보다 2.5배 늘리는 등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경쟁사들과 달리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품종 제품 생산이 가능한 파운드리(위탁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맞춤형 HBM’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전략도 발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1일 “생성형 AI 성장과 함께 고객 맞춤형 HBM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HBM3를 포함한 첨단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HBM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고대역폭 메모리를 뜻한다. D램을 여러 개 쌓아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이다. 일반 D램보다 가격은 3~5배 비싸지만 개당 수익률은 10배에 이른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산하는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이다.
 

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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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