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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14 10: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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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中 장악한 실리콘 전지, 국내선 명맥 끊겨 '속수무책'
내용

 

입력2024.05.14. 오전 6:01

 

태양광기업공동활용 연구센터 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태양광기업공동활용 연구센터 전경.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탠덤 태양전지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밀려난 것은 탠덤 태양전지 연구를 위해 필요한 양질의 실리콘 전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과 중동이 번갈아가며 최고 변환효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선 연구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내 탠덤 태양전지 연구자들이 연구용 실리콘 전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실리콘 전지 개발사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 사업을 접은 지 오래다. 탠덤 태양전지용 실리콘 전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중국 기업연구소는 좀처럼 물량을 넘겨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실리콘 전지 개발을 위한 투자가 이뤄졌지만 국내 기술력으로 단시간에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구자들은 연구용 실리콘 전지를 얻기 위해 해외 연구기관에 개인적으로 '읍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국내 한 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 달에도 실리콘 전지를 얻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대학(KAUST)에 출장을 다녀 왔다"고 말했다. 국립대 한 교수는 "공동연구나 학회에서 연이 닿은 유럽 연구소 관계자들에게 알음알음 손을 벌리고 있다"며 "국내 대부분 탠덤 태양전지 연구자들의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결합한 구조다. 동일한 면적에 효율이 올라가면 재생에너지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위성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됐지만 앞으로 빌딩, 자동차, 드론, 무인기 등에도 활용 분야가 늘어날 수 있는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다.

탠덤 태양전지를 연구하려면 이론상 한계에 가까운 전환 효율을 갖춘 두 전지가 필요하다.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의 경우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실리콘 전지는 사정이 다르다.

실리콘 전지의 세계 최고 전환효율은 27.3%지만 현재 국내 연구자들이 확보할 수 있는 실리콘 전지의 전환효율은 이보다 매우 낮을 뿐만아니라 그마저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탠덤 태양전지 연구를 위한 실리콘 전지는 전환 효율 외에도 표면 요철의 최적화와 층간 결합층에 대한 특수한 처리가 필요하다.

국내 연구자들은 실리콘 전지 연구의 명맥이 오래 전에 거의 끊기면서 국내에서 수급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최고 효율을 달성한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연구실에서 고품질의 실리콘 태양전지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양질의 웨이퍼(폴리실리콘을 얇게 썬 원형 판)와 최적화된 셀(전지) 제조 장비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중국이 실리콘 태양전지 전체 산업을 지배하면서 연구용 웨이퍼를 포함해 국내 연구 인프라와 전문 연구 그룹이 거의 고사하고 국내에서 수급된 고효율 실리콘 태양전지를 이용한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태양전지 연구가 가능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웨이퍼와, 웨이퍼의 재료인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원기둥 결정)을 생산하던 유일한 국내 기업이었던 웅진에너지는 2022년 파산했다.

고품질의 연구용 실리콘 전지를 확보하고 있는 중국 기업은 무리한 조건을 걸고 있다. 현재 탠덤 태양전지 세계 최고 전환 효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태양광기업 론지는 대단위 물량으로만 연구용 전지를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 번에 70억원 어치의 전지를 구입해야 한다. 구입한 전지를 늘어놓았을 때 축구장 5개를 꽉 채우는 정도의 양이다.

국내에서 연구용 실리콘 전지를 생산하기 위해 이뤄진 정부의 투자도 당장 성과를 내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를 위해 산자부와 대전시가 300억원을 투자해 대전 신동지구에 조성한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에서 현재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환 효율이 아직 부족하다. 연구센터 관계자에 의하면 신동지구에서 현재 생산되는 연구용 실리콘 전지의 전환 효율은 24~25% 정도다.

실리콘 전지를 구하지 못하면서 탠덤 태양전지 연구는 난항을 겪고 있다. 석 교수는 "중국과 중동이 치고 나가는 가운데 한국 연구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은 "연구현장에 양질의 실리콘 전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기관이 곧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조임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 책임연구원은 "신동지구에서 생산되는 실리콘 전지의 효율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점차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탠덤 태양전지의 반쪽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선 국내 연구자들이 독보적인 역량을 지닌 만큼 이를 중심으로 기술경쟁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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