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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16 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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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인공세포도 반도체처럼 대량으로 찍어낸다
내용

 

입력2024.05.16. 오전 4:42 수정2024.05.16. 오전 6:35

 

‘인공 인간의 꿈’ 합성생물학 기술

구글 딥마인드가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AI) ‘알파폴드3′가 유전 정보를 담은 핵산과 단백질의 결합 구조까지 정확히 예측하자, AI가 인공 생명체를 설계하고 대량생산하는 날이 멀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언젠가는 AI가 생물학적 인간을 만들어내는 SF(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재 기술로는 어느 수준까지 인공 생명체 구현이 가능할까.
 

그래픽=양인성
◇합성생물학 발전이 관건

인공 생명체를 목표로 하는 대표적 분야가 합성생물학이다. 표준화된 1만여 부품을 조립해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DNA 등 생명 구성 요소를 조합해 생명체를 만들어낸다는 기술이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 모더나가 mRNA 백신을 짧은 시간에 대량생산할 수 있었던 데도 합성생물학이 한몫했다.

알파폴드3를 비롯해 AI로 단백질 구조와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예측했다는 것은 생명의 기본 부품으로 꼽히는 단백질을 거의 정복했다는 의미다. 흔히 탄수화물, 지방과 함께 3대 영양소 정도로만 알려진 단백질은 뇌·근육·호르몬·항체 등을 이루는 우리 몸의 필수 요소다. 예컨대 산소를 전달하는 헤모글로빈을 비롯해 수많은 단백질이 인체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생명의 부품인 ‘단백질’ 설계·제작이 합성생물학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 ‘바이오 파운드리’로 날개 달아

합성생물학이 제약·에너지·화학·농업 등에서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기술로 떠오른 배경에는 ‘바이오 파운드리’가 있다. 이는 로봇과 AI 기술을 융합해 DNA 설계를 비롯해 합성, 테스트, 학습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빠른 순환 공정으로 구현한 것이다. 설계대로 생산하는 반도체 파운드리처럼 생명체를 대량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인 바이오 연료, 탄소 저감 식물, 인공육 등 대체 식품, 혁신 의약품, 신소재 생산을 확대하면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앞서 미 백악관은 바이오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합성생물학 기술이 세계 제조 산업의 3분의 1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합성생물학을 ‘12대 국가 전략기술’의 세부 중점 기술로 선정한 한국 정부도 내년 바이오 파운드리 전용 센터 착공을 포함해 2029년까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공 인간은?

SF 영화가 꿈꾸는 인공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 생명체는 실현될 수 있을까.

알파폴드를 비롯해 바이오 AI가 단백질을 자동으로 대량생산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고등 생물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기술 수준은 미생물을 인공으로 만드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2010년 세포에 인공 합성 유전자를 주입해 세계 최초 인공 생명체를 만든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2021년에 자손 번식까지 가능한 인공 세포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사람 몸에 세포가 37조개 있다는 점과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인공 인간 만들기는 넘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AI가 인공 바이러스를 대량생산하는 일은 현실화를 앞두고 있어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와 AI 챗봇의 대화에서 AI는 “치명적 바이러스를 개발하거나, 핵무기 발사 버튼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AI가 마음만 먹으면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곽수근 기자 topg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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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