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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2-11-28 11: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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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조카 “어린이 죽이는 ‘살인적’ 정권과 관계 끊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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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조카 “어린이 죽이는 ‘살인적’ 정권과 관계 끊어달라”

입력2022.11.28. 오전 11:09   수정2022.11.28. 오전 11:19

 

26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란 연대 집회에서 참석자가 마흐사 아미니의 사진을 들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이란의 인권운동가이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의 조카가 이란 당국을 향해 “살인적 정권”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전 세계가 이란의 이슬람 정권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주 검찰에 소환됐다가 현재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각) 유튜브에는 인권운동가 파리데 모라드카니가 발언하는 7분40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파리데는 하메이니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의 딸이다. 그의 아버지 알리 모라드카니 아랑게는 1979년 이슬람 혁명에 반대했던 시아파 성직자였다.

검은색 히잡을 착용한 파리데는 영상에서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는 이란인을 향한 세계인의 연대와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모든 사람의 의무는 어둠, 억압, 부패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이라며 “중요한 역사의 순간에서 전 인류는 이란 사람들이 사악한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억압적인 이란 정권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파리데는 “이 정권은 어떠한 종교적 원칙에도 충성하지 않는다”며 “힘과 무력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규칙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연대를 요구하면서는 “살인적이고 어린이를 죽이는 정권”이라고 표현하며 “당신의 정부를 향해 이란 정권을 지지하기를 멈출 것을 요구해달라”고 했다.
 

인권운동가이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의 조카인 파리데 모라드카니. 유튜브 갈무리

9월 중순 22살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에서 시작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석 달째 진행되고 있다. 시위는 이란의 31개 모든 주의 150여개 도시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성년자를 포함해 1만4천명이 시위 과정에서 체포되고 400명이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파리데는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 가운데서 국제사회가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인들에게 가해진 명백하고 잔인한 억압 앞에서 유엔은 몇몇 유감 표명과 짧고 비효율적인 성명 외에 무엇을 했는가”라고 물으며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는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4일에 특별회의를 열고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이란 당국의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인권활동가 언론 <흐라나>(HRANA)에 따르면 파리데는 지난 23일 법원의 소환으로 검찰에 갔다가 체포됐다. 파리데는 올해 1월 체포·구금됐다가 4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와 관련해 소환장을 받고 출석한 뒤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는 그가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파리데는 정치범을 주로 수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수도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은 체포 이틀 뒤 올라왔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슬람 당국 고위직의 가족들이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시위 초반이었던 지난 9월27일에는 전 대통령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의 딸로 정치인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인 파에제 하셰미(59)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26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지’ 민병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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