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안보리가 ‘평화 유지와 우크라이나 안보’를 주제로 장관급 회의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는 이사국(상임이사국 5개국,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의 정부 대표가 참석한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지만,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이날 공개 토의에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유엔 안보리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러시아의 대량학살 참상을 전한 바 있으며, 직접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유엔 안보리 개편 제안
이날 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두번째로 발언권을 얻었다. 그러자 주(駐) 유엔 러시아 대사인 바실리 네벤자가 이사국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이사국에 우선해 발언권을 얻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저지하려 했다.이에 안보리 의장국인 알바니아의 에디 라마 총리는 “해결책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당신이 전쟁 중단에 동의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발언하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마 총리에 “러시아의 거짓말과 위선을 올바르게 다루는 법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발언에 나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와 자원을 빼앗기 위해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범죄적이고 정당성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또 “유엔은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인해 침략 문제에 대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이에 전 세계는 국가의 국경 방어 문제에 더 이상 유엔에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에 대한 열망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개편을 제안했다. 이어 “침략을 저지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극복할 수 있도록 유엔 총회에 실질적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이것이 필요한 첫번째 조처”라고 촉구했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 구성 역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아프리카연합(AU)·독일·일본 등을 거론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네벤자 러시아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시간 내내 서류를 살펴보거나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경청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정부 대표인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때 아예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연설한 후 떠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 "美도 전쟁 자행, 우크라는 꼭두각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직후 안보리 회의장을 떠났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합법적”이라고 옹호하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만 유엔 헌장 원칙을 선택적으로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조종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리비아 등지에서 전쟁을 자행한 나라”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 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EPA=연합뉴스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여섯번째이며 백악관에서의 회담은 세번째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반격 상황, 양국 방위 협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의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만나 소통한다. 또 국방부를 방문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지도부와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