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식 중국의 최신 뉴스를 전합니다.
중국소식2022-06-06 14:20:56
0 6 0
[최유식의 온차이나] 중국 ‘식량 사재기’ 논란
글쓴이 xiaotu 글잠금 0
제목 [최유식의 온차이나] 중국 ‘식량 사재기’ 논란
내용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식량위기인데, 나홀로 2년치 비축
”중 매점행위에 식량 국제 가격 급등” 비판 잇달아

5월27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평소 보기 드문 질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서방국가에서 중국이 국제 시장에서 식량 사재기를 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어요.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기다렸다는 듯 “전 세계 9%에도 못 미치는 토지로 세계 인구 5분의 1을 먹여 살리는 것 그 자체가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중대한 공헌”이라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이자 3대 수출국으로서 식량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화려하게 둘러대긴 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중국은 지난 수년간 국제 식량 시장에서 엄청난 양의 식량을 사들여 비축했어요. 전 세계 옥수수 비축량의 69%, 쌀 비축량의 60%, 밀 비축량의 51%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입니다. 자연재해 등으로 중국 내 식량 생산량이 저조해도 2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양이라고 해요.
 

일본 니케이 중국어판이 작년 12월 미국 농업부 추산치를 토대로 만든 전세계와 중국의 식량 비축 물량 비교 그래프. 중국의 옥수수(玉米) 비축 물량은 2.1억톤으로 전세계 비축물량의 69%, 쌀(大米)은 1.13억톤으로 60%, 밀(小麥)은 1.41억톤으로 5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니케이 중국어판

전세계 옥수수 비축량 69% 차지



유럽의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가 전화에 휘말리면서 국제 식량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빈곤국들은 당장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죠.

그러나 보니 중국의 식량 비축이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중국이 비축 식량을 풀어 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요.
 

랴오닝성 다롄항에 있는 중국 최대 곡물기업 중량그룹 산하 중량무역의 곡물 저장탱크. /중량무역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집권 이후 식량 안보에 각별히 공을 들였습니다. 음식 남기는 문화에 대한 지적을 여러 차례 했고 작년에는 ‘반식품낭비법’도 제정했죠. “먹는 문제 해결은 국가의 대사(大事)” “식량 쪽에서 큰 문제만 없으면 중국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과도하다 할 정도로 식량 안보를 강조해 왔습니다.

아마도 그의 경험이 크게 작용한 듯 보여요. 1953년생인 시 주석은 어린 시절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등의 과정에서 수천만 명의 중국인이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걸 보며 성장했습니다. 자신도 16살의 나이에 산시(陝西)성 시골로 쫓겨가 7년간 농사를 지었죠. 이 과정에서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안정된 가격 유지가 중국 통치의 기본이라는 걸 체감했을 겁니다.
 

“식량 확보는 중국 통치의 기본”



현실적인 요인도 있어요. 중국은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이지만 해마다 식량자급률이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10년 전 90% 이상이었던 자급률이 76%까지 떨어졌다고 해요. 곡물 자급률은 97% 정도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인이 즐겨 먹는 콩은 자급률이 17%에 불과하고, 식용유 제조에 쓰이는 유지 작물 자급률은 25%까지 떨어졌습니다. 옥수수 자급률도 90% 선이 위태롭다고 해요.

콩, 옥수수 등은 돼지 사료로 주로 쓰입니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늘었죠. 1인당 고기 소비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돼지 사육용 곡물 수요도 급증한 거죠.
 


왕 대변인이 언급했듯이 중국은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경작 토지는 9%에 조금 못 미칩니다. 게다가 도시화로 농촌 인구가 계속 유출되고 있죠. 공업화 과정에서 토지 오염도 심각해 전체 토지의 5분의 1가량은 식용 작물 재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식량 생산량은 2015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려가는 흐름이에요.

중국은 부족한 국내 생산을 보충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해외 곡물 생산업체를 사들이고, 병충해 등에 강한 유전자변형(GM)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산업스파이, 미 곡물 종자까지 노려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5월26일 ‘미국 농업에 대한 중국의 관심:해외 투자를 통한 식량 안보 강화’라는 보고서를 냈어요. 중국은 2013년 완저우국제그룹이 돼지고기 가공업체 스미스필드를 인수하는 등 미국 농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USCC는 이런 중국 기업의 투자가 자국의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선진 종묘 기술이 중국에 유출돼 미국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어요. 산둥성 푸펑그룹은 작년 노스다코타주 그랜드 포크스 부근 옥수수 농장과 습식 도정 시설 등을 인수했는데, 이곳 근처 미국 우주군 기지가 있어 보안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5월26일 공개한 ‘미국 농업에 대한 중국의 관심:해외 투자를 통한 식량 안보 강화’ 보고서. /USCC
중국 산업 스파이들이 미국의 첨단 유전자변형 작물 관련 자료나 종자를 빼내려다 적발된 사례도 나와요. 상하이타오(44)라는 인물은 몬샌토 그룹 자회사에서 이미지 전문가로 일하면서 작물 경작용 소프트웨어를 빼내 중국과학원 토양연구소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고, 중국 농업회사 다베이눙(大北農)의 임원 모하이룽은 2016년 몬샌토와 파이오니아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옥수수 종자를 빼내 중국으로 반출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헐거웠던 식량 분야에서도 미국의 대중 견제가 본격화될 모양입니다.

최유식의 온차이나 뉴스레터 구독하기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finder@chosun.com

원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95709?sid=104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95709?sid=104
스크랩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