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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3-12-18 1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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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 반도체 부흥 닻 올린 日…인플레법도 만지작
내용

입력2023.12.18. 오전 11:24  수정2023.12.18. 오전 11:25

 

역대 최대 세미콘 재팬 성료
해외기업 작년의 3.6배 늘어


日 정부, 자국 내 해외기업 공장 지으면
보조금·세제 혜택 지원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재기전에 나선 일본의 진가가 지난 13일부터 3일간 열린 세계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재팬 2023’에서 드러났다. 도쿄 빅사이트에서 펼쳐진 이번 박람회를 일본 반도체 부흥의 서막으로 장식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등이 모두 뭉쳤다. 해외 참여 기업을 대폭 유치하고 정부 관계자들도 대거 투입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행사가 진행됐다.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 행사의 성적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각종 보조금과 지원 제도를 마련해 일본주요 지역에 해외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섰으며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세제 혜택을 주는 ‘일본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시행할 계획이다. 해외 기업들도 이 같은 일본의 환대에 부응하고 있어, 더욱 첨예한 반도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세미콘 재팬 2023' 박람회장.(사진출처=세미콘 재팬 2023)
부흥 보여줘야…전력 다한 세미콘 

1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세미콘 참여 기업의 수는 961개, 부스는 2265개다. 해외 기업 참가도 187곳으로 지난해 대비 3.6배 늘었으며, 박람회 방문자 수도 7만명에 달한다. 일본 언론은 "최근 몇 년간 열린 세미콘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자평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세미콘을 축하하며 해외 기업들에 일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박람회 첫날 영상 메시지를 보내고 "일본은 지속적 임금 인상, 활발한 투자가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성장형 경제로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그 견인차가 바로 반도체"라며 앞으로도 투자 촉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직접 박람회장을 찾아 응원했다.

반도체의 해 보낸 日…해외 기업 대폭 유치

일본은 과거 반도체 강국이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을 잃어버렸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말 그대로 ‘반도체의 해’를 보냈다. 반도체 부흥을 위해 일본 내 기업이 손을 잡고 연합체인 ‘라피더스’를 만들었고, 정부는 매년 3000억엔(2조7000억원) 규모 지원금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는 빠른 성장을 위해 국내 공장 건설 시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며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반도체 기술을 알려줄 과외 선생님을 돈 주고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일본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홋카이도에는 일본 라피더스가, 미야기현에는 대만 PSMC, 구마모토현에는 대만 TSMC, 히로시마에는 미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 전역이 반도체 생산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하며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통과된 추경안에는 공장 건설 등을 뒷받침한다는 명목의 반도체 보조금 1조5450억엔(14조원)이 포함됐다. 실제로 구마모토 TSMC 공장의 경우 일본 정부가 4760억엔(4조3000억원)을 건설 보조금으로 지급했고, TSMC는 이를 통해 통상 5년이 걸리는 건설 공정을 2년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구마모토 TSMC는 내년 2월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세미콘 재팬 2023'에 보낸 축하영상.(사진출처=세미콘 재팬 2023)정부, 일본판 IRA도 고려…흥행 이어갈 듯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반도체나 전기차(EV)를 일본에서 생산할 경우 사업 계획 인정 시부터 10년간 세액공제를 하는 ‘일본판 IRA’를 시행한다. EV의 경우 대당 40만엔(363만원), 반도체는 장당 최대 2만9000엔(26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게 되며, 최종 공제액은 생산이나 판매량 등을 고려해 산정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새로운 세제 도입으로 기업이 대규모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쉬워질 것"이라며 "이미 미국의 경우 IRA를 계기로 자동차 업체들이 제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이 ‘반도체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하면서, 해외 기업의 일본 러시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칩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방일해 일본에 연구와 개발 거점을 설치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등 각종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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