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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04-01 12: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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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물러나!" 예루살렘 10만명 운집…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더 커졌다
내용

입력2024.04.01. 오후 12:12  수정2024.04.01. 오후 12:13

 

의회 주변 도로 점령, 텐트 친 시민들…
전쟁 발발 6개월만에 최대 규모 시위…
총리퇴진·조기총선·인질협상 등 촉구…
'하레디' 병역문제, 총리 아들 미 체류도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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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수도 예루살렘에선 성난 시민들 10만여명이 의회 앞에 운집해 총리 즉각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뉴스1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수도 예루살렘에선 성난 시민들 10만여명이 의회 앞에 운집해 총리 즉각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즈(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30일 예루살렘·텔아비브·가이사랴·라아나나·헤르츨리야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해산했던 시민들은 하루 만에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외신들은 지난해 10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에서 열린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라고 전했다. 

예루살렘 시위대들이 의회 주변 도로를 완전히 점령하면서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고,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들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의회 인근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나흘간(4월 3일까지)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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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선 성난 시민들 10만여명이 의회 앞에 운집해 총리 즉각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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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경찰관이 시위대를 손으로 잡아 끌고 있다. /로이터=뉴스1이스라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건 전쟁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다 되도록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세력은 뿌리 뽑지 못하고, 가자지구에 인질로 붙잡혀 억류된 100여명을 데려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군인 1200여명이 사망했는데 초정통파 유대교 '하레디' 청년들의 병역 면제를 두둔하는 정부 태도도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하레디는 세속주의 문명을 거부하고 유대교의 전통문화를 추구하는 유대교의 강경분파로,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부터 이들의 병역을 면제해 왔다. 당시 400여명에 불과했던 하레디 인구가 2022년말 기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3.5%(128만명)로 늘면서 이들의 예외적 병역 면제는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아들인 야이르 네타냐후가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한 뒤 개전 6개월이 되도록 귀국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시위대들은 깃발을 손에 들고 "총리 퇴진", "조기 총선" 등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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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의 전쟁으로 군인 1200여명이 사망했는데 초정통파 유대교 '하레디' 청년들의 병역 면제를 두둔하는 정부 태도도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다. 거리에서 하레디 청년들과 시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시위에 참여한 누릿 로빈슨(74)씨는 "이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국민들을 나락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인질 가족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아이나브 모세씨는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총리가 장애물이라는 것을 이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네타냐후가 인질을 적극 구출하지 않는 것은 정부로서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스라엘 반정부 여론이 확산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의회 의석(120석)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강경우파 정당 3곳과 연립정부(연정) 합의를 통해 지난 2022년 가까스로 정권을 잡았는데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이들 우파 정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이스라엘 대법원과 중앙은행이 동시에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문제 삼고 나선 것도 네타냐후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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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AFPBBNews=뉴스1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기간 중에 총선을 치르면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군의 지상전과 민간인 대피, 인도적 구호 준비가 됐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작전을 진행하겠다"고 반정부 시위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놨다. 

이에 대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나라가 이미 마비됐기 때문에 총선이 나라를 마비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전쟁과 인질 협상, 네타냐후 주도의 정부 모두 마비됐고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