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해외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해외소식2024-04-03 11:43:03
0 4 0
이스라엘, 구호단체 오폭 인정·사과…“무장 보안요원을 하마스로 오인”
내용

 입력2024.04.03. 오전 4:31  수정2024.04.03. 오전 9:01

 

가자 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1일 이스라엘군 무인기 공격으로 파괴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총 3대가 공격 받아 7명의 WCK 직원들이 사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에서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이 단체 소속 직원 7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이스라엘 정부가 2일 자국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스라엘군이 WCK를 호위하던 무장 보안 요원을 하마스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일 특별 성명을 통해 “어제 우리 군이 가자지구에서 의도치 않게 무고한 (구호단체) 사람들을 공격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는 전쟁 중에 벌어진 일로,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이날 WCK 설립자인 호세 안드레스에게 전화를 걸어 “어젯밤 벌어진 불행한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으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도 이날 “WCK 전 구성원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 등 군 고위 관계자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사건 조사팀 구성,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지휘본부 개설, 구호품 분배를 위해 추가 병력 배치, 관련 국제 기구 및 파트너 국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일 오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WCK 소속 차량 3대가 구호품 창고에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과정에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차량에 탑승했던 영국인 3명, 팔레스타인인 1명, 미국·캐나다 이중국적자 1명, 폴란드인 1명, 호주인 1명 등 총 7명의 WCK 소속 직원이 사망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스라엘군 보고서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WCK 차량들을 호위하던 무장 보안 요원을 하마스 전투원으로 오인, WCK 차량들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구호품 수송 경로를 지키던 이스라엘군이 3대의 WCK 차량과 함께 무장한 남성이 탄 트럭이 구호품 창고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WCK 차량들이 하마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고 오인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운용하는 헤르메스 450 무인기. 1일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공격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종류다. /로이터
WCK 차량들이 창고에서 빠져나오자, 이스라엘군 ‘헤르메스 450′ 무인기가 총 3발의 미사일로 이들 차량을 공격했다. 무장한 남성이 탔던 문제의 트럭은 창고에 남겨진 채였다. 첫번째 차량이 미사일에 맞자, 이 차량에 탔던 생존자들이 다른 두 대의 차량으로 대피했다. 이들이 “공격받고 있다”고 WCK 본부에 보고하자, 뒤이어 두번째 미사일이 다른 차 한 대에 명중했다. 마지막 남은 차량이 부상자를 구하기 위해 두번째 차량에 접근하던 순간, 세번째 미사일이 적중하며 7명 전원이 사망했다.

WCK는 사고 직후 가자 지구내 구호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WCK측은 “이스라엘군의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며 “향후 활동에 대한 결정을 곧 내리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호단체 아네라(Anera)도 “현지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은 이번 오폭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2일 프랑스 파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주의 기관의 직원을 보호하는 건 모두 준수해야 하는 도덕적,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이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에 직접 신속하고 철저하며 공정한 조사를 촉구했고,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구호활동가 등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주영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에 대해 긴급히 해명하고 현장 구호 요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큰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WCK의 주요 후원국인 UAE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구호 요원들을 의도적으로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스라엘은 이 사태에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이들에 대한 긴급하고 투명한 조사와 처벌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plomat@chosun.com

스크랩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