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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식2024-04-22 1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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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떠난 美 월가… JP모건마저 마지막 지점 철수
내용

 

입력2024.04.22. 오전 3:05

 

팬데믹-금융업무 디지털화 영향
BoA-토론토도미니언 2곳만 남아
올해 공실률 23.4% 역대 최고치
“세계금융중심? 컴퓨터소리만 들려”

미국 금융의 태동지이자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가 극심한 공동화(空洞化)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월가 일대 상업부동산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19세기부터 월가를 지켜왔던 미국 1위 은행 JP모건체이스마저 마지막 지점을 철수했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JP모건체이스는 월가 45번지에 있는 지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JP모건이 1871년 월가에서 창업한 지 153년 만이다. 이로써 월가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캐나다계 은행인 토론토도미니언의 지점 2곳만 남게 됐다. WSJ는 “JP모건체이스 지점의 영업 종료는 현재 월가 상업부동산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전했다.

월가에서 은행 지점이 사라지는 건 주요 고객인 금융권 회사원들의 발길이 끊긴 영향이 크다. 팬데믹 시기에 대형 금융기업들이 속속 빠져나갔지만, 이후로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JP모건 역시 현재 본사는 월가에서 북쪽으로 약 6km 떨어진 파크애비뉴 270번지에 있다. 미 부동산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맨해튼의 올 1분기(1∼3월) 공실률은 역대 최고치인 23.4%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이기도 하다. 월가는 19세기 후반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금융기업들이 자리 잡으며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가 됐다. 하지만 금융 업무가 디지털화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은퇴한 월가 증권거래인인 피터 투치먼 씨는 WSJ 인터뷰에서 “고함과 아드레날린으로 가득 찼던 거래소는 이제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고 했다.

월가를 떠난 금융기업들은 주로 ‘숲세권’인 센트럴파크와 ‘리버뷰’ 허드슨야드 인근으로 가고 있다. 월가 60번지 55층짜리 건물을 빌려 쓰던 도이체방크는 2021년 센트럴파크 인근에 있는 사무실로 옮겼다. 도이체방크가 쓰던 월가 사무실은 4년째를 맞는 지금도 공실이다.

월가 사무실들이 전통적인 개념에 맞춰 지나치게 넓은 점도 기업들이 짐을 빼는 이유 중 하나다.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병행하는 현재 분위기에 적합하지 않단 지적이다. 일부 사무실은 이에 맞춰 주거용 아파트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대다수는 엄격한 뉴욕시 규제에다 고금리 기조까지 겹쳐 여의치가 않다.
 

뉴욕은 최근 상업용과 주거용 부동산의 희비가 엇갈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20%를 웃도는데, 주거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해 1.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은 “미 역사상 가장 부유한 20대를 보내고 있는 Z세대(1997∼2012년 출생) 사이에서 ‘뉴욕살이’ 열풍이 불어 집을 구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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