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장강이라 불리는 양쯔강 유역에는 댐이 5만2000개나 있다. 1950년대에 이후 건설된 댐의 목적은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양쯔강 수계의 유량과 수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은 바로 산샤(三峽) 댐이다. 지난 6월 10일과 10월 2일에서 11일 사이 수문을 열자 상하이 인근 지역까지 수질이 개선됐던 사례도 있다.
하지만 가을철 가뭄으로 양쯔강 수위는 최저수위를 향해 계속 떨어지는 중이다. 급기야 산샤댐 수위가 500억㎥에 근접한 10월 17일 이후 양쯔강 물을 북쪽 지역으로 보내는 이른바 ‘남수북조’까지 중단한 상태다.
양쯔강 수위에 영향을 받는 상하이 등 하류 지역은 요즘 먹는 물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해수 유입으로 인해 상하이 인근 칭차오사(青草沙) 댐 취수구까지 염소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상하이는 인프라 투자에 관한 한 중국 내 가장 선진지역이다. 상하이에 수돗물이 공급된 게 1883년이다. 식민 지배를 하던 영국인들이 황푸강에 취수구를 만든 게 효시다.
황푸강은 양쯔강의 지류지만 상류로 가면 타이후(太湖)와 연결된다. 영국 런던을 가로지르는 템즈강보다 더 나은 곳에 취수구를 만들었던 셈이다.
청정했던 타이후도 개혁개방 이후 오염을 피하지 못한다. 상하이 당국에서 수돗물 취수구를 1990년대 이후 양쯔강 쪽으로 옮긴 이유다.
천항 댐을 먼저 건설한 후 나중에 만들어진 게 칭차오사 댐이다. 창싱다오라는 섬 근처에 위치하는 창차오 댐은 상하이 식수의 50%를 공급하는 곳이다.
이창에 건설된 산샤 댐 덕택에 양쯔강의 유량은 풍부해졌고 이로 인한 수질 개선과 염수 피해감소라는 덤도 얻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산샤 댐 건설의 최고 수혜자가 상하이였던 셈이다.
중국 해수면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양쯔강과 첸탕(钱塘)강의 염분 농도는 1년 전보다 심해진 것으로 나온다. 산샤 댐이 만들어지기 전 이창 댐 평균 방류량은 4500억㎥이다. 그런데 2016년에 이게 4000억㎥으로 500억㎥이나 줄어든다. 산샤 댐 건설 이후 매년 방류를 11% 줄인 탓이다.
이집트의 나일강에 아스완댐을 막은 후 줄어든 유량 11%와 일치하는 수치다. 이게 27차 유엔기후변화회의(COP27)를 이집트에 위치한 샬롬엘세이크에서 이달 초에 개최한 이유다.
2020년 이후 상승한 해수면은 10㎜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과거 30년간 해수면 상승속도의 2배다. 이런 추세라면 100년 후에 1m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중국 해수면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4㎜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연해 지역만 놓고 보면 2021년 해수면은 2020년보다 11㎜나 오른 상태다. 1980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특히 상하이 근처의 해수면은 매년 85㎜ 정도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평균이 비해 높은 수치다.
해수면 상승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닷물이 팽창한 결과다. 염분 증가가 수면 상승에 원인이다. 만약 글로벌 해수면 27㎝ 올라가면 저지대인 상하이나 자카르타 방콕 등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상하이의 경우 지면이 하락하는 중이다. 1966년에서 2011년까지 수치를 봐도 약 29㎝ 줄어든 상황이다. 2020년에만 평균 5㎜ 정도 침하 했는데 지하수 개발에 따른 지층 함몰이 원인이다. 특히 100층 이상의 건물이 많은 것도 지반 침하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산샤 댐 건설 이후 양쯔강 하류로 유입되는 토사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상하이 지반 침하를 부추기고 있다. 산샤 댐 바로 아래 위치한 이창의 경우 매년 5억4000만 톤이던 토사량이 댐 건설 이후 1000만 톤으로 확 줄어든 상태다.
하류인 상하이지역으로 흘러가는 토사량은 30%나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양쯔강의 토사가 5000년 동안 쌓여서 만든 지형이 상하이와 양저우 진장 등 장강 삼각주 일대다. 상하이란 지명도 바다에서 솟아난 땅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국의 남수북조는 1953년 마오쩌둥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이름하여 물이 풍부한 남부에서 건조지역인 북부로 물을 대라는 명령에 따른 것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양쯔강 물을 베이징 등 북방으로 끌어가는 것 외에도 물 부족 지역으로 통하는 수로를 건설 중이다. 진사강 지류를 막아 산맥을 넘어 쿤밍까지 끌어다 오염된 호수를 정화한다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량이 부족한 중국 한강에 물을 대는 사업도 있다. 매년 39억㎥의 물을 후베이성 단장커우(丹江口)의 하류로 흘려보내는 프로젝트다.
귤이 탱자로 변하는 기준인 후이허도 마르자 양쯔강 댐에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오염이 심해진 타이후 호수에도 양쯔강 물을 대고 있다.
심지어 섬서성 시안 근처에 있는 웨이허(渭河)에도 양쯔강 물로 채우고 있다. 최근 장시성 지우장 일대의 포양(鄱阳) 호가 말라붙은 것도 양쯔강 물을 중 상류에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악양루에 수문을 만들어 물을 둥팅(洞庭)호에 가두는 날이면 양쯔강 하류로 흘러갈 물도 마를 수 있다. 삼협 댐으로 최대 혜택을 본 상하이가 양쯔강 수량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아무튼 상하이 인근 염소농도 증가는 해수로 인한 재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격이다. 물론 상하이시 공업용수의 염소 화합물 기준치는 리터당 50cc다. 생활용수 기준인 250cc의 1/5 수준이다.
해수 오염은 하천 중 하류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인근 토양도 오염시킨다. 중국의 해양 오염은 엄중한 상황이다. 발해는 이미 죽은 바다로 변했고 동지나 해와 남지나 해상의 홍조도 심하다.
특히 양쯔강 하류는 오염산업인 발전소와 철강공장 밀집 지대다. 사캉이라는 철강공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334만 톤이다. 글로벌 탄소배출 랭킹 15위 기업인 사캉의 탄소 배출량은 아프리카 전체의 1년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14억 인구와 자원 밀집 형 경제구조를 가진 중국은 파리협약의 주요 당사자 국가이기도 하다.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중국도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회의에 국가 대표급 인사를 보내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실행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중국의 기후협약 미준수로 인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게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