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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식2024-03-26 11: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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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지각색 금 투자에 MZ세대까지 합세...중국의 유난한 ‘금 사랑’
글쓴이 뉴스팀 글잠금 0
제목 가지각색 금 투자에 MZ세대까지 합세...중국의 유난한 ‘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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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4.03.25. 오후 3:39

 

중국 경기 침체, 불확실한 경제에 대비책으로 주목 받는 금

금값이 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주식부터 코인까지 모든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2일 역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2200달러(약 294만원)를 찍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입장을 유지하면서 세계 여러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늘려온 탓이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경쟁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특이하게 개인들의 금 투자까지 급증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개인과 기업, 금융 당국 모두가 금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금 정제소에서 직원이 정제된 금 알갱이를 내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은 수년간 금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각국 중앙은행 중 가장 많은 금을 매입했다. 인민은행의 지난달 금 보유고는 약 7258만온스(약 2257톤)로, 전월 대비 39만온스 늘어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세계 금 협회(World Gold Council·WGC)의 분기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금 수요는 4448톤으로 5% 하락한 데 비해 중국의 금 투자는 280톤으로 전년 대비 28% 급증했다. UBS 분석가들은 중국은 금 가격을 치솟게 하는 원인인데, 시장에서는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국가, 기업 개인 관계 없이 모두 금을 구매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매용 금을 구매한 국가이기도 하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은 인도인을 제치고 세계에게 가장 많은 금으로 된 보석을 구매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는 603톤의 금으로 된 보석을 구매했다. 2022년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금 자체를 사 모으기도 하지만, 금을 채굴하는 업체의 주식을 사기도 하고 금 ETF에 투자하기도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금 관련주이자 최대의 금 및 광물 채굴업체 중 하나인 쯔진마이닝의 주가는 지난 15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굴업체의 주식을 매입하는 중국 ETF도 초호황을 겪고 있다. 중국금협회(China Gold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에서 금 ETF가 관리하는 자산은 40억 달러로 역대 가장 크게 늘어났다.

주머니돈이 많지 않은 MZ세대까지 금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귀금속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작은 금을 사모으는 ‘골드빈’ 투자에 몰입하고 있다. 무게가 1g에 불과하는 골드빈은 가격은 개당 약 400위안(약 7만 4200원)에서 600위안(약 11만1300원)이다. 최소 10g부터 시작하는 골드바에 비해 저렴하다. 이런 시류가 더해져 전통적으로 중국 내 귀금속 성수기인 올해 춘절 기간에는 금을 포함한 귀금속의 판매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투자용 50그램짜리 금을 자르고 있는 남자. /연합뉴스
중국 내 금 수요가 급증한 데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효과가 크게 작용하지만 투자 그룹 별로 조금씩 초점이 다르다. 우선 중국 중앙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국제 전문가들은 중국이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향후 불확실성과 대외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고,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위안화의 국제화를 앞당기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축적한 현금과 불안한 경제가 금 투자에 크게 작용했다. 최근 중국의 경기가 부진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경제 상황은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도 덜 받는 금이 헷지(위험 회피) 수단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중국 본토보다 조금 더 금값이 저렴한 홍콩을 찾아가는 ‘금 원정’이 생겨났을 정도다.

콜린 해밀턴 BMO애널리스트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막대한 현금을 축적한 중국 시민들은 이제 어디에 투자해야할 지 ‘추악한 경쟁’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내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있고 경제가 불확실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이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지금껏 촌스럽다고 여기던 금 액세서리를 SNS 상에서 과시하는 문화도 펼쳐지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중국에서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을 통칭하는 ‘링링허우’들은 금 소비·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사오홍슈, 중국판 X인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젊은 소비자들이 금 장신구를 자랑하거나 금괴에 투자하는 영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 주식 및 통화 약세, 낮은 은행 예금 금리가 촉발한 금 투자 열풍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장 팅 쓰촨티안푸은행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전망은 매우 약하다”면서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금 같은 보수적인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 장신구 판매도 한동안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서연 기자 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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