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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2022-09-05 12: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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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매경데스크] 신(新) 넛크래커
내용

[매경데스크] 신(新) 넛크래커

입력2022.09.05. 오전 12:07

 

넉달째 대중 무역적자
한중일 분업의 종말

美·유럽도 제조업 회귀
원가·안보·시장 결합된
고차원 방정식 풀어야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0월. 매일경제는 한국 경제에 '넛크래커'라는 화두를 던졌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호두 깨는 기구(넛크래커)의 호두 신세에 놓여 있다는 문제 제기였다. 첨단 부품·소재·기계 분야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벌어진 상태에서 중국에 곧 따라잡힐 수 있다는 경고는 당시만 해도 충격적이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 경제의 엘도라도(금광)로 여겨졌던 중국을 경계하게 된 계기가 됐다.

중국에 당할 수 있다는 조기 경고음은 위기감과 함께 자존심을 자극했다. 국가부도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와 구조조정,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 압박에도 제조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실업·부도·매각 기사가 쏟아지던 1999년 '256메가 D램 세계 첫 양산' 뉴스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때를 계기로 세계 최대 화성 반도체 공장이 조성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름답다'고 극찬한 평택 공장으로 이어졌다. 한때 매각도 힘든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수모를 겪었던 이천과 청주의 반도체 공장도 스크랩(폐쇄)론자들 보란 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몇 수 앞을 내다본 최고경영자의 혜안과 언뜻 모순적으로 들리는, 우수 인재의 농업적 근면성이 알아도 따라하기 힘든 경이로운 생산성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 제조 각 분야에서 중국의 맹추격을 뿌리쳐온 비결이었다. 그 덕분에 2000년대 들어서도 한국은 일본·중국과 무역적자와 흑자를 적절히 나눠 갖는 삼각 분업 구도를 유지하며 북미 유럽에서의 수출경쟁력을 지켜왔다. 한국 경제는 이 토대 위에 성장했다.

그런데 한 세대를 이어온 한국을 둘러싼 무역 구도가 올해 들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대, 러시아와 중국의 밀월로 강화된 브릭스의 재부상,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동맹에 이르기까지. 최근 국제 질서는 지난 수십 년 자유무역 질서가 오히려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넉 달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기존 글로벌 분업 구도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신호다.

새로운 국제 질서의 패권은 제조업이다. 코로나와 전쟁을 거치면서 한동안 무시했던 제조의 진가를 모든 나라가 깨닫기 시작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면서도 제조업 투자를 고수해온 한국에는 전례 없는 위협이다.

과거의 제조는 원가와 효율성의 문제였다. 이젠 여기에 더해 안보, 정치외교 문제로 커졌다. 아메리카 퍼스트의 또 다른 이름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문제가 고차원 방정식으로 변했다는 걸 보여준다. 글로벌 분업 시대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원천 기술과 시장을 보유한 미국, 유럽의 모든 국가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신(新)넛크래커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글로벌 분업 시대에도 한국이 제조의 모든 것을 지킨 것은 아니었다. 피처폰 시대 정보기술 메카를 꿈꿨던 구미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공장이 베트남에 둥지를 틀자 활력을 잃었다.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배터리 공장의 상당수는 초기에 중국으로 향했다.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바로 그 배터리의 부메랑이다.

이제 모든 나라들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로봇,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첨단 제조를 겨냥한다. 경쟁에서 뒤처졌을 때 벌어지게 될 일을 굳이 숫자로 표현할 필요도 없다. 화성, 평택, 이천의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힘든 위협이다.

숨 가쁘게 진행 중인 국제 질서 재편에 대응 전략을 짜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적 총력전을 펴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전 세계 국가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제조기업들 입에서 "한국 정부보다 낫다"는 말이 빈번하게 나오는 순간, 모든 국가 전략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황형규 콘텐츠기획부장(hwang2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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