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한국의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한국소식2024-02-02 11:11:57
0 0 0
[사회] “가난하다고 과학고에서 학폭 당해 ” 6년째 수능 도전 배달기사의 눈물
내용

 입력2024.02.02. 오전 10:43

 

2025년 수능을 응시하게 된 정순수 씨.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지독한 가난 때문에 과학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학폭)을 당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20대 수험생의 사연이 공개됐다. 하루 12시간 배달을 하다 크게 다쳐 급성 패혈증까지 걸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n수’에 도전 중이다. 

31일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는 최근 ‘헬스터디 시즌2’의 합류하는 합격자 정순수 씨(25)의 사연을 공개했다. 

헬스터디는 n수생들이 2025학년도 수능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모든 교재와 대면 강의를 지원해 주고,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주는 콘텐츠다. 

정 씨는 중학생 시절 전교 1등 하는 등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등 과학고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대치동 과고 입시반에서 친해진 애들끼리 이미 다 무리가 형성돼있었고 대학 수학 선행까지 끝낸 애들 사이에서 진도를 못 따라갔다. 그럴 때마다 애들이 낄낄거리고 웃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친구 세 명이 제 노트북을 뒤지다가 자기소개서를 봤는지 우리 집안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걸 다른 애들한테 까발리겠다고 했다. 그땐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너무 무서웠다. 꾹 참고 학교에 다녔다”고 말했다.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 3학년 때는 한 친구가 정 씨의 노트북을 밟아서 부쉈다. 정 씨는 “아버지가 과고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이었다. 친구가 자기가 대학생 되면 과외해서 갚겠다고 했는데 대학생 돼서 잠수탔다”고 했다.

재수를 준비하게 된 정 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한 노트북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 씨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돈이 더 필요해졌고, 하루 12시간씩 배달 일을 했다. 아스팔트에 팔이 갈리는 사고가 나 온 몸이 다친 정 씨는 병원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혼자 치료하기도 했다. 

정 씨는 “며칠 뒤 제가 급성 패혈증으로 죽을 뻔했다”면서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돼야 하나?’ 싶었다. 많이 비참했고 가난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유튜브 미미미누 갈무리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면서 정 씨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 그는 “병원에 아빠를 데려가서 치매랑 파킨슨이 의심된다고 했는데, 의사가 ‘네가 의대생이라도 되냐?’고 무시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서 입원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빠는 괜찮다더라. 근데 아빠가 살도 40㎏까지 빠지고 그랬다. 너무 암울해서 딱 죽으려고 했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다”며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했다. 학교폭력 당한 것도 제 잘못 아니고, 부모님 아픈 것도 제 잘못 아니지 않냐”며 눈물을 쏟았다.

정 씨는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올해까지 다섯 번의 수능을 봤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헬스터디 모집 글을 보자마자 ‘신이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재 정 씨는 의대에 진학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장기적으로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결심으로 의대에 지망하게 됐다”며 “동정이나 연민 말고 응원이나 격려를 보내달라”고 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편집인2024-05-15
편집인2024-05-15
편집인2024-05-15
편집인202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