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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3-12 12: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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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과급 줬는데 연차수당 왜 줘?” 고용부, 이 IT기업 사법처리
내용

입력2024.03.12. 오후 12:03

 

60개 기업 감독 결과 46개사 연장·야간·휴일 수당 제대로 안 줘
“미친 XX” “화장했네, 이뻐 보인다” 폭언·성희롱도
주4일제·리프레시 휴가 등 우수 사례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지난 8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인센티브(성과급)을 줬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연차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등 임금 2200만원을 체불하고, 이를 청산할 의지도 전혀 없는 소프트웨어(SW) 개발 기업 1곳이 노동당국에 의해 사법처리됐다.

고용노동부는 12일 청년들이 일하기 원하고 많이 근무하는 IT·플랫폼·게임 등 정보통신업과 전문 연구개발 업종 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뒤 이 같은 집중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감독 결과 다수의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임금 체불, 연장근로 한도 위반, 휴식권 침해 등 총 23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번 기획감독에서는 청년 근로자 휴식권 침해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고용부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IT, 게임, 인터넷 쇼핑, 영상 및 방송 콘텐츠 제작, 패스트푸드 업종 30인 미만 기업 4500곳을 대상으로 ‘청년 휴식권 보호’를 위한 현장 지도를 오는 18일부터 2주간 전국적으로 운영한다. 또 근로감독을 할 때 연차 사용 촉진 절차, 보상 휴가 서면합의 서류 등 휴식권 관련 증빙서류 점검을 의무화한다.

기획감독 대상 60개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중 근로감독을 받은 적이 없거나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되고 감독해달라는 청원이 제기된 사업장 중에 선정됐다. 감독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됐고, 청년 노동권 침해 사례를 중심으로 집중 점검이 이뤄졌다.
 

연장근로 보상휴가는 ‘1.5배’…10시간 연장근로했다면 15시간 줘야


고용부에 따르면 60개 기업 중 46개사에서 직원 3162명의 임금 14억2300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연장수당, 야간수당, 휴일근로수당이 7억6000만원이고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은 4억9000만원, 퇴직금 등은 1억5000만원이다.

IT 업종 A기업은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고, ‘고정 OT(Over Time)’만 인정해 수당을 지급해 결과적으로 5300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고정OT계약은 기본급과 별도로 일정 초과근로시간을 예정하고 이 시간에 대해 정액의 수당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약정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했다면 그 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온라인 정보 제공 기업 B사는 월 20시간까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 임금 400만원을 체불했다. 모바일 콘텐츠 개발 기업 C사는 근로자가 실제로는 일을 더 오래 했지만 법정 한도까지만 연장수당을 지급해 7400만원을 체불했다.

전자상거래 기업 D사는 보상 휴가를 법정 기준인 ‘1.5배’가 아닌 1배만 적용해 결과적으로 2억4000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셈이 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기본급의 1.5배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보상휴가도 1대1.5의 비율이 적용된다. 근로자가 10시간 연장근로를 했다면 15시간에 해당하는 보상휴가를 줘야 한다.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연차휴가를 적게 부여한 기업도 있었다.

12개 기업은 근로시간을 관리하지 않거나, 법정 한도까지만 입력하도록 해 임금체불과 동시에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웹툰 엔터테인먼트 개발 기업 E사는 법정 한도까지만 연장근로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해 총 17회에 걸쳐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했다.
 

기간제 근로자에게 복리후생수당 안 줬다가 적발


7개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례가 적발됐다. 게임SW 개발 기업 F사는 상급자인 팀장이 여성 직원에게 “짧은 치마 입지 말랬지, 약속 있어?” “화장했네, 이뻐 보인다, 바지 입으니 살 빠져 보인다” 등의 발언을 했다. 공공연구기관 G사에서는 상급자가 직원에게 “미친 ×× 아니냐 지금?” 등 폭언을 하고 구내식당 메뉴를 미리 확인하도록 강요했다.

이밖에 공공기관 G사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복리후생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38개사는 기간제 근로자를 차별하거나 서면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했다. 27개사는 임금 명세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사항을 누락하는 등 기초적인 노동 질서도 위반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번 감독에서는 노무 관리가 우수하고 직원 만족도가 높은 우수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고용부는 우수 사례를 확산하기로 했다.

보안솔루션·SW 개발 기업 ‘YH데이터베이스’는 성과 중심의 집중근무시간제를 도입해 주4일 근무하고 월~금 사이에 언제든 원하는 요일 하루를 쉴 수 있도록 했다. 블록체인 개발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근로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3년차 1주·5년차 2주·7년차 3주 등 특별휴가도 부여했다.

웹3 프로덕트 기업 ‘라인넥스트’는 전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갖췄다. 근속기간 3년마다 10일의 ‘리프레쉬 휴가’를 줬다. 에너지 ICT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엘시스’ 근로자들은 연장근로를 하지 않고 정시에 출·퇴근했다. 대학원 진학자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청년들이 건전한 조직 문화 속에서 공정하게 존중받으며 맘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당연한 책임”이라며 “청년 친화적 직장 문화 조성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세종=손덕호 기자 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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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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