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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10 09: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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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4세 김형석 교수 "지도자의 무지, 나라의 불행…공부 안 한 운동권도 문제"
내용

 

입력2024.05.09. 오후 7:56  수정2024.05.09. 오후 7:59

 

김형석 교수 104세 장수 비법…"공부·일 계속하고 감정은 젊게"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아"…'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윤 대통령, 전문가들 만나 의견 경청하면 도움 될 것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주의가 뚜렷한 건 정당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리더이기 때문에 어떤 주장을 하면 장관들은 모두 그 주장을 따라갑니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번, 한달에 한번이라도 장관이 아닌 다방면의 학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티타임을 가졌으면 합니다."

'104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이렇게 건의했다. 김 명예교수는 9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김형석, 백 년의 지혜(북이십일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사상적 뒷받침, 역사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할 것을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920년생으로 올해 104세지만, 또렷한 정신으로 1시간 넘게 거의 쉬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취재진의 질문을 알아듣기 힘들어 출판사 관계자가 써서 준 질문 내용을 읽고,일일이 답했지만 답변에는 막힘이 없었다.

그는 정치권과 법조계를 향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선 "특정 기업인들 때문에 우리 경제가 희망을 잃은 것처럼 (호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등의 시도는 오히려 고용시장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도자의 무지는 나라의 불행"이라고 했다.

김 명예교수는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나오는 "지도자의 무지는 사회악"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학창 시절 가장 공부를 안 한 세대인 운동권 '586세대', 고시를 준비하느라 국제적 감각이 결여된 '법조계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법조계 출신의 약점은 국제 감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고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들어간 사람들이라 여행도 못 했고 외국에서 공부해본 적도 없다. 이제는 세계를 봐야 한다. 세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인지 알아야 한다. 여야 갈라서 밤낮 싸울 게 아니라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국내 교육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교육자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는 "다양성과 창의성이 부족한 점이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만약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우선 줄 세우기에 급급한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수능이 학문적 다양성도, 학생들의 사고력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젊은 애들이 고통받고 있다. 아까운 인생을 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같은 문제를 일렬로 줄 세우는 교육제도 아래서는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성, 국제감각을 키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쓰기로 마음먹었던 '필생의 책'들을 대부분 퇴직 후에 썼다. 4권 중 3권이 퇴직 후 작품이다. 공부도 "더 많이 했고", 글도 "더 많이" 썼으며 교단에도 "더 자주" 섰다. 그는 "늙는다는 건 성장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고 했다.

늙지 않는 비법으로 그가 꼽은 건 두 가지. "공부를 계속하고, 일하라는 것"과 "감정을 젊게 가지라"는 것이다.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나이가 60~75세인데, 계란 노른자 나이거든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그는 요즘도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계속해서 일한다. 신문사 칼럼 같은 동시대 현안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오랜 사색 끝에 내놓은 보편적인 진리나 삶의 지혜를 다룬 에세이 형식의 글을 많이 쓴다. 글을 잘 쓰려면 중국 문인 구양수의 말처럼 많이 듣고, 읽고, 생각하는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이 당연지사.

아울러 생각을 젊게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감정이 풍부한 글,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감수성을 키우고,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젊은 생각'으로 무장한다. 그런 과정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100세 이후에도 여러 종류의 책을 내고 있지만, 그는 의외로 한국어가 약하다고 했다. 25세 전까지는 일제 치하에서 일본어에 오염됐고, 교수 생활을 하면서는 전공 탓에 영어와 독일어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미묘한 단어를 구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도 내가 쓴 글을 보면 개념은 표현했는데, 형용사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단어에 대한 결핍은 그가 계속해서 글을 쓰며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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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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