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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2024-05-10 09: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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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인간 살상 킬러 로봇, 이젠 현실” ...美中, AI 군비 통제 회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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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4.05.10. 오전 3:37  수정2024.05.10. 오전 6:47

 

美·中, 이달말 ‘AI 군비 통제 회담’

미국과 중국 외교관들이 이달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공지능(AI) 군비 통제 회담을 한다. 뉴욕타임스는 “무기의 지휘나 통제에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어떤 상황에서 AI를 금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강대국의 군비 회담은 주로 핵무기 같은 전략 무기가 대상이었다. 이번엔 AI 무기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군사와 기술 양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놓인 두 나라가 AI 군비 통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AI 무기가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머지않아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살상 능력을 갖춘 ‘킬러 로봇’이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전투력을 결정짓는 AI

AI 무기 중 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전투기다. 미국을 필두로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AI를 접목한 전투기인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에 나섰다. 6세대 전투기는 딥러닝을 통해 전투 경험을 축적하고, 지휘·통제·통신·정보 능력까지 갖춘 AI를 장착한다. 조종사가 AI 도움을 받아 전투기를 몰거나 사람 없이 자율 조종도 가능할 전망이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미 공군에 따르면 6세대 전투기는 인간 조종사와 AI 부조종사가 최대 다섯 대의 드론을 제어하는 협업 전투기에 가깝다. AI 부조종사의 강점은 수천 시간의 전투 ‘경험’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AI가 조종을 대신하거나 비행 중 수리를 할 수 있으며 인간 조종사에게 다가오는 위협을 알리기도 한다. AI 컴퓨팅으로 작동되는 드론은 적의 방공망을 시험하고, 전방 감시를 통해 고위험 지역을 정찰한다. 지상국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가 조종사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밀리초 단위(1000분의 1초)로 줄어든다. 프랭크 켄들 미 공군 장관은 “한 명의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편안하게 전체 공중전을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전투기보다 개발이 쉬운 AI 드론은 현재 전쟁터에 투입된 실전 무기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부로부터 무기 스타트업 앤듀릴이 개발한 자폭 드론 알티우스 600M을 지원받아 전장에 투입했다. 지난 3월 공개된 차세대 모델 알티우스 700M은 탄두 중량이 커지고 체공 시간도 길어져 오랜 시간 동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표적을 찾아낸 다음 정밀 타격을 할 수 있다. 미군의 대표적인 단거리 공대지미사일 헬파이어보다 사거리가 10배 이상 더 길고, 탄두의 파괴력도 더 크다.

◇'킬러 로봇’ 등장 멀지 않아

무인 조종이 중요한 공중전에 먼저 도입된 AI 기술은 지상전과 수중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달 자율 주행 기능을 갖춘 AI 탱크 레이서 헤비 플랫폼의 2단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무게 12t, 길이 약 6m의 이 탱크는 덤불, 언덕, 숲길 등 다양한 지형지물을 통과해가면서 동시에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자율주행을 하면서 동시에 아군과 적군을 직접 식별하고 판단할 뿐 아니라 적군을 공격하는 기능까지 갖춘 AI 전투 로봇 탱크 ‘마르케르’를 작년 우크라이나전에 시험 투입했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개발을 진행한 호주 해군의 고스트 샤크와 지난해 미국 해군에 인도된 오르카는 최대 90일 동안 자율 항해하며 독자 임무 수행이 가능한 AI 무인 잠수함이다.
 

미국 핵 개발을 이끈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유니버설픽처스

미국 핵 개발을 이끈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의 주인공. /유니버설픽처스
AI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 기술이 살상 무기로 활용되는 데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AI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이내에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무기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100국 이상의 민간, 군사, 기술 관계자들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AI와 군사 기술 결합을 제재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1945년 원자폭탄 발명을 도운 뒤 핵무기 확산 통제를 주장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언급하며 “지금이 우리 시대의 오펜하이머 순간”이라고 말했다. AI로 만든 킬러 로봇이 등장하기 전에 AI 군비 억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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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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